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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쳤지

지난주 내내 붙잡고 있던 보고서 2개가 있다.
금요일에 상사가 '언제쯤 되냐?'고 물어보길래
'월요일 오전에 드릴 수 있다'고 대답했다. 주말에 조금만 마무리 지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여, 금요일에는 열의에 넘쳐 주말에도 일을 하고 싶었으나
주말에는 일따윈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긴긴밤을 부어라 마셔라 하얗게 세워버렸으니...
벌써 일요일 밤이고 눈은 감겨만 오는데 보고서를 다시 열어보니 이건 아주 엉망진창도 이런 엉망이 없어 차라리 처음부터 새로 하는 것이 나을 정도야.
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월요일 오전까지 된다고 한거니, 도대체 무슨 똥배짱이었던거야?ㅠㅠ
아웅, 사람이 참 현실도피를 하고 싶으면 블로그를 하나보다. 평소엔 글 하나도 안 올리다가 이런 상황이 되니 창작욕구가 마구 샘솟아 오르고, 사람들과 교류해야겠다는 말도 안되는 마음이 올라오는가 하면, 뭐든 막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보고서 쓰는 것만 빼고.

아무쪼록, 건투를 빈다 puellaㅠㅠ

by puella | 2009/10/18 23:36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7)

그들은 정말 사랑했을까? 하라 히데노리, '내집으로 와요'

한 여자가 있다. 낮에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밤에는 호텔과 바에서 피아노를 치며 살아가는 여자, 아야.
한 남자가 있다. 카메라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단골인 바에 가끔 붙잡혀 알바를 하기도 하는 평범한 대학생, 미키오.

어느 날 밤 그 바에서 그들은 흥에 취했고, 술에 취했고, 그러다보니 다음날 아침 여자 방의 침대에서 함께 눈을 뜨게 되었더라는 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여기까지는 여느 만화나 영화,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법한 뻔하고 평범한 이야기.
그냥 스쳐가는 하룻밤 인연으로 끝날수도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는, 다시 만난 남자에게 여자가 '우리집으로 올래?'라고 묻게 되면서, 여자보다 5살 어린 남자가 여자의 집에 반쯤 얹혀사는 "출퇴근동거"형태의 연애로 이어진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이들에게는 각자의 생활이 있다. 남자는 낮에 학교에 가고 여자는 밤에 일을 한다. 남자에게는 사진이 있고 여자에게는 음악이 있다.
이들에게는 5년이라는 시간차이도 있다. 남자가 우연히 발견한 여자의 옛날 사진에는 지금보다 앳된 모습의 여자와, 그가 알지 못하는 여자의 친구들의 모습이 있다. 그때 그는 중학생일 뿐이었는데.
여자의 사정도 마찬가지.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는 옆에 있던 어린 여자 후배에게 엉겁결에 여자를 '누나'라고 소개한다. 그 어린 여자애와 바람을 피는 것도 아니었으면서.

여기에 서로의 '꿈'이 개입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여자는 음반 프로듀서에게 앨범 제작 제의를 받고, 앨범 발매 후 인기를 얻어 콘서트 제안도 받는다.
반면 남자는 사진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포부와는 달리, 정작 찍게 된 사진은 마음에 차지 않는 평범한 풍경일 뿐. 여자는 점점 앞으로 나가고, 남자는 조바심을 낸다.

그리고 뻔한 수순. '우리 잠시 서로간의 시간을 갖기로 해.'

그러던 중, 여자의 첫사랑인 또 다른 남자가 다시 나타나고, 남자는 사진에서의 평생의 라이벌을 만났으며 그들은 서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일에 성공해 희열에 차고 좌절하는 시간들을 맛본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두 사람.
남은 것은 과연 장밋빛 미래일까? 이제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서서히 암전. The End?
실은 이 이야기의 진짜 시작은 여기부터이다. 첫 장면에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두 주인공도, 독자도 조금씩은 예견했지만 외면하고자 했던, 어찌보면 충격적인 결말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 또한 진정 '결말'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일까?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지켜보다보면 여러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그들의 사랑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주변의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사랑도 변한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아니면, 그들은 애초에 정말 사랑이라는 것을 하기는 한 것일까?

'이런 것이 진정 사랑이야?',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아직 "미스터 챠밍"을 기다리는 어떤 순진한 독자는 물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이런 게 사랑이라면 하지 않을래'라고 칭얼댈 수도 있겠지. 사랑에 울어 보고 연애에 닳고 닳은 언니오빠들은 담배 한 개비를 피어 물고 '중학생용 순정만화속의 사랑 얘기는 허구일 뿐'이라고, '이런 것이 현실'이라고 씁쓸하게 내뱉겠지. 그 순진한 독자를 측은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너도 한번 겪어 보렴 쯧쯧쯧'이라며. 하지만 어디에선가 '그래도 한번 해볼 만은 해'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by puella | 2009/10/18 20:47 | 만화읽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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