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라타의 일기 주인공은 지금... 감상

1993년, 한 소녀의 일기가 출판되었다. 보스니아 내전으로 전쟁의 참상이 계속되고 있던 사라예보의 상황이 이 일기를 통해 다시한번 전세계에 알려졌고, 일기의 주인공인 13세 소녀 즐라타 필리포비치는 일약 '사라예보의 안네 프랑크'로 불리며 주목받게 되었다.

일기의 시작은 1991년 9월 2일 화요일. 여름 방학의 즐거움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 친구들을 만날 설레임에 젖어있는 평범한 소녀의 일기다. 이렇듯 초반에는 평화로운 일상이 지속된다. 일기 속의 즐라타는 MTV와 피자를 즐기고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고 패션지 기자가 되고싶은 꿈을 가진 평범한 아이이다.
그러나 주위의 상황은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예비군 소집을 시작으로 친척이 살고있는 두브로브니크에 실제 전쟁이 터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즐라타가 살고 있던 사라예보에 바리케이트가 쳐지고, 총탄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속히 바뀌고, 일기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때까지의 일기도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어투로 서술되고 있지만 이때부터 즐라타는 마치 안네 프랑크가 자신의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처럼 자신의 일기장에 구체적으로 '미미'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즐라타는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죽어가는 모습을 일기장에 쏟아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즐라타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폭격이 없으면 학교에 가고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땔감을 찾아 불을 피우는 전쟁중의 일상 역시 일기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기가 단지 일상의 기록에 불과했다면 즐라타의 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큰 호소력을 갖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더욱 큰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일기가 진행될수록 그녀가 보여주는 전쟁과 삶에 대한 생각들이 점점 성숙해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전쟁의 본질과 해악에 대해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는데 이념이니 종교니 정치니 포장해도 전쟁은 그 자체로 추악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전쟁을 일으키고 계속하게 만드는 '철부지들'을 꾸짖고,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일기가 출판된 이후 이 책과, 즐라타와, 사라예보에 전세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역자의 글에 따르면 일기에 감동한 프랑스 정부가 이례적으로 유엔과 합동 작전을 펼쳐 즐라타의 가족을 탈출시켰다고 한다. 제2의 안네 프랑크라 불렸지만 안네처럼 비극적 결말을 맞지는 않았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현재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전쟁을 겪으며 사회부 기자로 장래희망을 바꾸었던 그녀는 꿈꿔왔던 대로 언론인의 길을 걷고 있을까? 즐라타의 근황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세인트 앤드류스 컬리지에 진학했고, 2001년에는 옥스포드 대학에서 Human sciences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더블린에 살고 있다고 한다.(위키피디아)
그녀는 국내에도 번역된 Freedom writer's Diary의 서문을 썼고 Milosevic: The People's Tyrant의 서문과 번역작업에 참여했다. 2006년에는 Stolen Voices: Young People's War Diaries, from World War I to Iraq라는 책의 편집에 참여했다. 1980년생, 아직 30세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이니 앞으로도 더욱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진의 출처는 motherdaughterbookclub.com에 있는 즐라타 필리포비치와의 인터뷰(http://motherdaughterbookclub.wordpress.com/2007/03/06/interview-with-zlata-filipovic/)


덧글

  • 오리너굴 2008/05/19 15:04 # 답글

    예쁘게 자랐구나~~

    어렸을때 읽었던 책인데.. 잘 살고있다니 다행이네요^^
  • turquoise 2008/05/19 16:45 # 답글

    오옷, 밸리에서 보고 들어왔습니다. 즐라타의 일기를 영어 교과서에서도 봤었는데 그 아이가 벌써 이만큼 자랐네요!
  • puella 2008/05/19 21:05 # 답글

    오리너굴//어렸을 때 얼굴이 남아 있죠.저 사진 찍은 것이 2006년정도인 것 같은데 그래도 상당히 동안인것 같아요.
    turquoise//반가워요^^즐라타의 일기가 영어 교과서에도 있었군요.
  • raindrops 2008/05/20 00:29 # 답글

    오~ 나도 이거 진짜 즐겁게 읽었는데(슬픈 건데 왜 재밌었지;) 당시 내 또래 여자아이가 쓴거라 재미있었나...다행히도 탈출해서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잘 살고 있구나~오..; 저 얼굴이 2006년 사진이면 거의 안변한 것 같아..; 진짜 동안.;
  • 2008/05/20 04: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puella 2008/05/20 14:14 # 답글

    raindrops//지금도 실은 우리 또래야. 3살밖에 안많다는 사실에 다시 놀람ㅠㅠ
    은사자//저는 실은 중세 및 르네상스 미술 전공이라-ㅁ-추천 도서는 조만간 포스팅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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