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찬, remake-앨범을 산다는 것. 감상

예약 주문했던 조규찬, 리메이크 CD가 왔다.
비닐 포장을 뜯고, CD케이스를 열고 속지를 꺼내 한장한장 넘겨보았다.
앨범을 위해 새로 찍은 듯한 사진, 가사, 참여한 스태프의 이름들이 담겨있는 그 작은 종이묶음의 첫 페이지에는
수록곡 목록과 함께 짧은 글이 담겨있다.

어느 어두운 겨울날, 명일동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한영애의 '누구없소'를 듣고 마음을 빼앗겼던 사건에 대한 짧은 글.
Chicago의 16집을 사려고 돈을 모으던 중이라 꽤 진지하게 갈등했던 일.
"당장의 느낌을 따를 것이냐. 계획을 따를 것이냐."라고...

그 짧은 글에 예전, 어렸던 시절의 기억이 밀려들어왔다.
아아, 그랬던 적이 있었지. 한정된 용돈을 쪼개서 CD를 사고, 책을 샀던 그 시절.
명절에 용돈을 많이 받으면 사야지. 사고싶은 CD의 목록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노트에 적어놓았던 시절 말이다.

인터넷이 어디있어.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려면 그만큼 발품을 팔았어야 했던 때였다.
일본문화가 개방되지 않았던 그시절에 X-Japan을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지하철을, 버스를 갈아타고 수원에서 강남까지 가서 물어물어찾아간 작은 오피스텔 건물에서 X-Japan의 중고 시디를 손에 넣고 느꼈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법을 어긴다는 데서 오는 짜릿함과(그때는 일본 음반 파는 것도 단속 대상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왔다는, 조금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
명동 중국 대사관 뒤에 있는 생원이니 대한이니 하는 가게에서 국내에 절대 라이센스 발매되지 않을 대만 가수들의 시디를 거금 삼만원과 바꿔 돌아오며 가벼워진 주머니에도 도향촌에서 과자하나 사먹고 오면서 CD플레이어에 CD를 넣는 그 순간에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기분이었는데....

레코드가게를 지나가다 흘러나온 음악에 발길을 멈추고 들어가 "지금 이노래 누구 노래에요?" 충동적으로 앨범을 사고(지갑에 그만큼의 돈이 있었던 건, 아마 문제집을 사기 위해서라거나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만) 보물을 발견한 기분에 즐거웠던 기분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지만 제목과 가수를 알 수 없어 며칠이고 며칠에고 멜로디만 흥얼거리다가 어떤 노래인지 알게되었을 때의 기분도.
아마 앞으로는 느끼기 힘들겠지만.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순서대로 듣고있으니 새삼 밀려오는 노스탤지어에 센티멘탈해져버렸다. 그렇게 옛날도 아닌데 굉장히 옛날같은 생각도 들고....

어쨋든 조규찬의 글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위에 열거된 아름다운 제목들과 이름들은 음악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시절의 증거이다.

봄날은 갔다-라고 세상은 말하지만 세상이 음악을 만든적은 없었다.
언제나 음악이 세상을 만들었다.
원작자 여러분께 진심어린 존경을 드린다."


덧글

  • 미자씨 2008/11/30 14:23 # 답글

    들으면서 죽도록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역시 조규찬. 자 이제 정규반을 내어놓으시오 제발.
  • puella 2008/12/01 16:18 #

    저도 마구마구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정규반도 곧 내시겠죠?계약도 했다고 하니 말이에요ㅎㅎㅎ
  • 담담 2008/12/01 15:42 # 삭제 답글

    씨디를 살 수 없어서 싸이 음악만 사서 듣고 있는 사람입니다. 속지 이야기 해 주셔서 감사 드려요. 저도 음악 들으며 행복합니다. 저도 "정규 음반 내어 놓으시오" 한 표요! ^^
  • puella 2008/12/01 16:19 #

    온라인 음원이 좋기는 한데, CD를 사면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 좋아요. 그나저나 모두 정규음반을 원하시니 곧 내주시지 않을까요? 그리고 정규앨범 내시면 콘서트도 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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