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연극을 보았다-소리극 <호질> 감상

박지원 원작의 ‘호질’에 판소리를 접목시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이라는 것이 내가 이 공연에 대해 알고 있던 유일한 정보였다. 지인의 손에 이끌려 가면서도 고전을 원작으로 한 그저 그런 민속극쯤 되겠지. 하고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갔는데, 이 공연, 참으로 물건이다!

 

극의 줄거리는 원작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원작 자체가 워낙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하고 있으나 이 연극은 그 화살을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XXX, 이 X새끼야!”이런 식으로 비판하지 않고 풍자와 패러디라는 방법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비판의 정도가 이글루스에서 ‘좌빨’이라고 비난받는 블로거들의 글 정도의 수위는 된다. 촌철살인의 대사를 들으며 포복절도 하다가도 ‘과연 이래도 될까? 연출가 위험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이런 것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요즘 나라꼴이 이상하다는 것의 반증이겠지.

 

그리고 성적인 코드가 매우매우매우 많이 등장해서 깜짝 놀랄 정도였는데, 더럽다거나 불쾌한 느낌이 아니라 “깔깔깔, 어머나 어떻게 해!” 이 정도의 느낌? 알고 보니 19세 등급이라고;;;;

 

판소리, 트로트 등 다양한 음악은 물론이고 아기자기한 장치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연출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일단 배우들의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에(몇명은 중간중간 아마추어 티가 조금은 나기는 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장치들을 많이 사용했는데도, 이것들이 눈속임으로 관객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2009년 8월 2일까지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에서 공연하며,

예매 및 공연정보는 http://ticket.auction.co.kr/home/perf/perfdetailinfo.aspx?idperf=5646

 

이 연극이 입소문 나서 대박이라도 나면, 그래서 언론사의 주목이라도 받게 되면 연출자가 끌려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좀 웃다가 왔으면 하는 마음이 더 앞서는 연극.


덧글

  • egloos 2009/07/26 18:56 # 답글

    그렇군요.. 서울에 산다면 한번 가볼까도 하겠지만.. 흠냐..
  • puella 2009/07/27 16:52 #

    대박나면 전국 순회공연을 할지도;;;그러나 왠지 그렇게까지 히트칠 것 같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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