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0일
전화예절(?) 관련 일화
전화에 대해 쓰다 보니 생각났는데,
예전에 학교의 모모 부서에서 조교할 때, 부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던 것이 '전화예절'이었다.
그 부서는 정말 주구장창 전화(주로 외부에서)가 걸려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교의 가장 주된 업무가 전화받는 일이기도 했고,
외부 (기업이나 기관)와 통화하는 조교들의 태도에 따라 학교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다며 담당 교직원 선생님들이 어떻게 보면 히스테리컬할 정도로 전화 받는 것에 집착했던 부분이 있었다.
뭐, 기본적인 것이지만
1.벨이 2번 이상 울리기 전에 받는다.
다른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경우, 그 직원의 벨이 2번 이상 울리면 돌려 받는다.
정말, 전화벨이 3번 이상 울리면 여기저기서 "모모씨, 전화 안받아요?"라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2. 인사말은 "안녕하십니까, 모모 대학교 모모 부서입니다."
"모모 부서입니다"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여보세요", "네~"같은 건 안됨-_-
3. 모든 문장은 "-까?" 혹은 "-다"로 끝나야 함
"~인데요" "그렇거든요?" 이런 식으로 전화받으면 절대 안됨. 공적인 말투를 사용할 것.
4. "안됩니다" "모릅니다"같은 대답보다는 긍정형의 문장을 사용할 것
자신이 잘 모를 경우에도 "정확하게 확인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다"이런 식으로 답변하는 것이 좋음
기타 등등.
여기서 6개월 일했었는데, 그 이후에도 나름대로 "나는 전화 받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어"라는 자부심 같은 게 있었다.
다른 부서에서 일할 때도, 다른 사람들은 전화받는 게 어렵다고 했지만(특히 교수님들이랑 통화할 때), 난 별로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높은 기준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던 어떤 단체에서 낸 아르바이트 공고를 봤는데, 전화 문의하라고 해서 전화를 해봤다.
따르르르릉. 꽤 여러번 연결음이 울린 후, 앳된 목소리를 한 어떤 여자가 약간 징징거리는 톤으로 받는다.
"여보세요"
...잠시 정적.
나: "저, 제가 모모모모로 전화드린 게 아닌가요?"
여자: "아, 맞는데요. 무슨 일이시죠?"
나: "아르바이트 공고 봤는데, 전화 문의하라고 되어 있어서요."
여자: "그거, 이미 구했는데...."
근데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나: "실례지만, 지금 전화받으시는 분이 하게 되신 건가요?"
여자: "네"
GAME OVER.
난, 지금도 그곳에서 아르바이트 안한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by | 2009/10/10 09:28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근데 버릇없고 무성의한 건 정말...남의 돈 받는게 얼마나 힘든 건지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잉 불끈불끈 든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