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13]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감상

옛날옛적 봤던 공연인데 이제서야 감상남김.
국립발레단 트위터에 러닝타임을 물어봤는데 아무 대답이 없을 때 짐작했어야 하는데 2시간 50분에 달하는 대작. 중간에 휴식만 두번 있는 길고 긴 작품이었다. 오후 8시에 시작해서 끝난 시간이 거의 11시....중간에 꼬꼬마유초딩들은 지쳐쓰러져 잠들기도...
그러나 밤이 깊어질 수록 깨어나는 성인들에게는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이 날의 캐스팅은 스파르타쿠스 이동훈, 프리기어 김지영, 예기나 이은원, 크라수스 이재우
자리는 3층이었지만 무난무난하게 잘 보였다. 물론 인물들의 세심한 표정까지 보는 것은 무리였지만 나에겐 오페라 글...아니 조류관찰용 쌍안경이 있으니까.

포인트는 인피니트 저리가라는 칼군무(아 이 저렴한 표현력)
스파르타쿠스 이동훈의 테크닉과 표현력
그리고 김지영 그 자체.

김지영의 공연은 이날 처음봤다. 이전에 기사나 블로그 같은 데서 사진봤을 때는 참 수수하게 생기셨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을 보니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의문. 카리스마가 온 몸에서 넘쳐난다. 한 마디로 여신.

남녀주역 둘다 관록이 느껴지는 것이, 파드되를 추는데 멀리서 보는 나도 막 가슴이 저며오는 느낌인거다.

반면 크라스스와 예기나는 얼마나 안티히어로로서의 역할을 다했는지 의문. 특히 예기나가 첫 등장에서 무대 뒤편에 요염하게 앉아있을 때 많이 기대했는데...막상 춤을 추니 예기나와 크라수스에게는 섹시함과 광기가 조금 모자라.

예기나역의 이은원은 미인이지만 귀염상에 가깝고,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아무리해도 팜므파탈로는 보이지 않았고, 이재우는 크라수스라기보다는 구준표같았다......

그러나 크라수스와 예기나는 이래야 해!라는 강박을 버리고 나면 구준표 크라수스와 이라이자 예기나도 나름의 매력이 있고 재미가 있다.(원작의 내용과는 달라지겠지만...)
무엇보다도 젊은 무용수들이 무대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돈을 내고 관람하는 것이니 최고의 모습과 기량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맞지만, 무대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할 기회를 갖는 것도 돈 주고 사기 힘든 경험일 테니.

이재우에 대한 비판글을 많이 봤는데(왜 쟤를 계속 주역으로 내보내냐는 의견도 多) 난 오히려 이재우에게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공연을 보다보면 이재우가 최고의 무용수가 될지 여부는 모르겠는데(이건 그에게 달려있으니 앞으로 지켜봐야할 듯), 분명 스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타고난 외모나 신체조건 때문이 아니라(그것도 물론 있지만) 태도와 자신감, 쇼맨십, 그리고 설명할 순 없는데 뭔가가 있는 것 같다.(매력?)
물론 최고의 무용수가 되려면 좀 더 노력은 해야겠지. 그리고, 이은원도 그렇지만 나이가 어리기 때문인지, 깊이가 부족. 인생의 경험치를 더 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직접이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라도)

조연 얘기만 했는데, 공연 자체는 좋았다. 총 3막인데 막 하나하나가 완결성을 가진 이야기라 좋았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최태지 단장과 안무가님에 지휘자까지 모두 올라와 길고 긴 감격의 커튼콜!
감동적이었지만 버스를 놓칠까봐 조금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이 늦은 감상을 쓰고 있는 지금.
이날의 주역이었던 김지영, 이동훈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아름다운 두 분에게 좋은 결과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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